COLUMN03
외주 두 번 말아먹은 대표님들의 공통점
계약서를 아무리 두껍게 써도 잡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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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ZEST STUDIO
WHY WE WROTE THIS
THE HUMAN VARIABLE
계약서는 최악을 막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기술과 문서는 프로젝트의 바닥을 다집니다 그 위에 무엇이 세워질지는 보이지 않는 업무를 묻고, 실제 사용자의 자리에 앉아보려는 사람의 태도에서 갈립니다
01 DOCUMENTS WERE COMPLETE
문서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홈페이지 만드는 회사를 차리기 전에 SI 개발자였습니다. 발주처의 시스템을 대신 만들어주는 일이었고, 제가 있던 현장은 대체로 규모가 컸습니다.
계약서는 수십 장이었고, 요구사항 정의서에는 담당자 서명이 있었습니다. 회의록은 매번 확인을 받아 보관했고, 변경이 생기면 정식 요청서로 접수했습니다. 문서로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현장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오픈하고 나면 현업에서 안 쓰는 시스템이 나옵니다. 검수는 통과했습니다. 요건도 다 충족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걸 매일 써야 하는 사람들이 예전 엑셀을 다시 꺼냅니다.
02 THE CONTRACT FLOOR
계약서는 최악을 막을 뿐, 최선을 만들지 않습니다
외주 개발은 정해진 금액과 기간 안에 끝나야 하는 일이고, 범위를 넘어서는 만큼이 그대로 손해입니다. 그러니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계약서에 적힌 요건을 정확히, 딱 그만큼만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계약상으로는 완벽하게 옳습니다. 다만 이 말이 오가기 시작한 프로젝트는 검수를 통과해도 현장에서 쓰이지 않습니다.
계약서는 오류를 방지하는 것,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것, 말을 바꾸는 것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아줍니다.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그건 바닥을 다지는 일이지,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아닙니다.
CONTRACT
무너지지 않게 바닥을 다지는 일소유권, 검수 기준, 범위, 일정, 유지보수 조건을 명확히 합니다HUMAN
그 위에 무엇을 세울지 결정하는 사람업무와 규칙을 파악하고, 사용자 관점에서 설계합니다03 UNWRITTEN RULES
실패는 문서에 없는 것에서 갈립니다
프로젝트의 질을 가르는 건 대개 요구사항 정의서에 안 적힌 것들입니다. 아는 사람에게는 공기 같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정보입니다.
01 / PRICE
단가가 하나가 아니다같은 제품도 거래처와 물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요구사항에는 ‘제품 단가’ 한 줄만 적혀 있습니다02 / CLOSING
마감일이 마감일이 아니다장부상 마감은 말일이지만실제로는 다음 달 5일까지 전월 건이 들어옵니다03 / APPROVAL
결재선이 실제 순서와 다르다급한 건은 구두 승인 후 먼저 처리하고시스템에는 나중에 올립니다04 / STOCK
재고 숫자가 두 개다시스템 숫자와 현장 숫자가 다릅니다반품 불량분은 담당자의 메모 속에만 있습니다05 / CANCEL
취소된 건은 사라지면 안 된다매출에서는 빠져야 하지만 통계에는 남아야 합니다삭제하면 다음 달 보고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06 / DELIVERY
배송지가 사업장 주소가 아니다거래처마다 별도의 배송지가 있고,담당자가 매번 기억해서 바꿔 적어왔습니다
이것들은 화면 몇 개짜리 문제가 아닙니다. 단가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은 데이터를 담는 구조 자체를 바꾸고, 취소 건을 남겨야 한다는 규칙도 시스템의 뼈대를 바꿉니다. 개발 중반에 발견하면 화면을 고치는 게 아니라 구조를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건 아무도 먼저 말해주지 않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설명이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규모가 작은 홈페이지도 다르지 않습니다. 문의 폼 하나에도 견적 전에 받아야 하는 자료, 가격 공개 여부, 게시판을 확인하는 담당자의 업무 순서 같은 그 회사만의 규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묻는 일은 관심 있는 사람만 합니다. 요건만 채우면 되는 사람은 묻지 않습니다. 물으면 일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기서 갈립니다. 이 서비스를 매일 쓸 사람의 자리에 얼마나 앉아봤는가. 보이지 않는 규칙을 얼마나 캐내서 구조로 옮겼는가. 그리고 이 모든 건 계약서에 적을 수 없습니다.
04 THE SAME BLIND SPOT
그래서, 두 번 실패한 분들의 공통점
첫 번째 실패를 ‘업체를 잘못 골랐다’로 정리한 분들은 두 번째에 더 나은 회사를 고릅니다. 견적을 더 많이 받고, 포트폴리오를 더 오래 보고, 계약서를 더 꼼꼼히 읽습니다. 전부 맞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두 번 다 확인하지 않은 게 하나 있습니다.
FAILURE REVIEW
처음 계약할 때 확인한 것
- 01회사의 포트폴리오확인
- 02기본 계약 조건확인
- 03실제 프로젝트 담당자미확인
두 번째가 첫 번째보다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계약서를 보완했지, 계약서로 잡히지 않는 영역은 그대로 뒀기 때문입니다.
05 IN THE AI ERA
기술 격차가 줄어들수록 사람 격차가 커집니다
요즘은 화면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고 결과물의 평균 수준도 올라갔습니다. 어지간한 곳이면 다 그럴듯한 화면을 뽑아냅니다.
그래서 차이가 나는 구간이 옮겨갔습니다.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단계로요. 단가, 마감, 결재선 같은 보이지 않는 규칙을 캐내서 구조로 옮기는 일은 아직 사람의 몫입니다. AI는 알려주지 않은 규칙을 대신 물어봐주지 않습니다.
TOOL
더 빠르게 만드는 능력- 화면 생성 속도
- 코드 작성과 반복 작업
- 결과물의 평균 품질
HUMAN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능력- 질문의 깊이
- 암묵지의 발견
- 우선순위와 구조 판단
06 HOW TO SEE THE PERSON
그럼 사람을 어떻게 봅니까
거창한 기획서는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서 직접 만나보시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 볼 것은 세 가지입니다.
- 01내 요구사항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02비슷한 사례를 함께 열어놓고, 중점을 물어라
- 03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가
내 요구사항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네, 가능합니다”만 반복하는 사람과 “그게 왜 필요한지 여쭤봐도 될까요?”라고 되묻는 사람은 다릅니다. 후자는 요구의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입니다.
대표님이 “이 항목을 넣어주세요”라고 했을 때 정말 필요한 건 그 항목이 아니라 그 뒤의 업무일 수 있습니다. 되묻는 사람만 그것을 발견합니다.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하는지도 보세요. 예산과 일정을 근거로 “그건 이번 범위에서 빼는 게 낫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함께 열어놓고, 중점을 물어라
포트폴리오는 벽에 걸어둔 액자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함께 뜯어볼 자료여야 합니다. 우리 업종과 비슷한 사례를 띄워놓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SURFACE ANSWER
화면을 설명하는 사람배너, 게시판, 스크롤 효과처럼 눈에 보이는 구성만 이야기합니다DEEP ANSWER
업종의 사정을 설명하는 사람문의 전에 필요한 단계, 담당자의 반복 업무, 실제 사용 후 뒤집은 순서를 이야기합니다후자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고민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고민을 할 사람입니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가
SI든 웹에이전시든 일감이 일정하지 않아 프로젝트가 몰릴 때 외부 인력으로 부족한 자리를 채우는 경우가 흔합니다. 업계 구조상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계약하는 것입니다.
SCATTERED TEAM
그때 모여, 메신저로만 연결된 팀- 서로 처음 만난 기획자
- 각자 작업하는 디자이너
- 프로젝트 후 떠나는 개발자
WORKING TOGETHER
같은 화면을 보며 질문하는 팀- 옆자리에서 발견되는 예외
- 잡담에서 나오는 암묵지
- 오픈 후에도 이어지는 맥락
암묵지는 회의록보다 지나가는 잡담에서 나옵니다. “그 회사 마감이 말일이라던데 왜 5일에 자료가 오지?”라는 혼잣말을 옆자리가 받아주면서 규칙이 발견됩니다. 흩어진 팀은 오픈 후 유지보수에도 영향을 줍니다.
가능하면 사무실에도 한번 가보세요. 몇 명이 일하는지, 실제 사람이 앉아 있는 공간인지, 서로 대화가 오가는 팀인지 직접 보면 알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외부 인력 참여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누가 어떤 역할로 들어오는지 투명하게 말하는지 여부와 소통 방식입니다.
07 KEEP THE DOCUMENTS
문서를 버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소유권 조항, 검수 기준, 유지보수 범위는 여전히 계약서에 있어야 합니다. 소스코드와 도메인이 누구 것인지 적히지 않은 계약은 위험합니다.
01
소유권소스코드, 디자인 원본, 도메인과 계정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확인합니다
02
검수 기준완료로 판단하는 조건과 수정 범위, 승인 절차를 문서로 남깁니다
03
유지보수 범위오픈 후 오류 대응, 기능 수정, 응답 시간과 비용 기준을 확인합니다
THE FLOOR
최악을 막는 계약서THE LAYER
최선을 만들 사람계약서는 최악을 막는 바닥이고, 사람은 그 위에 무엇이 올라갈지를 정하는 층입니다. 바닥만 잘 다지면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아무것도 세워지지 않습니다.
두 번 실패한 대표님들은 대체로 두 번째에 바닥을 아주 잘 다지셨습니다. 그런데 그 위를 채울 사람은 두 번 다 계약이 끝난 뒤에 만나셨습니다. 그게 제가 본 공통점입니다.
08 LAST NOTE
마지막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입니다. 요건에 없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 적이 있고, 물어보면 일이 늘어난다는 걸 알아서 묻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의 저를 탓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굴러가도 아무 문제가 없는 구조였으니까요. 다만 그 구조가 싫어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미팅에서 질문이 많은 편입니다. 이 업계는 어떤 순서로 돌아가는지, 하루에 어떤 일을 반복하시는지, 예외적으로 처리하는 건 무엇인지, 고객이 전화로 가장 많이 묻는 게 무엇인지.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이 왜 이런 걸 캐묻나 싶으실 수도 있는데, 그게 저희가 아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다음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저희와 만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어느 회사를 만나시든 위의 세 가지만 확인해보세요 대답하는 얼굴을 보면 절반은 보입니다










